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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찌질남 3부작: 사랑에 머뭇거리는 남자의 이야기

whips 2025. 3. 21. 22:22

 

왕가위의 대표작 중 세 영화 아비정전, 화양연화, 2046은 서로 다른 시대와 인물을 다루지만, 사랑 앞에서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남자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작품들이다. 이 세 영화의 남자 주인공들은 마치 1명인것 같이 같은 성격 / 감정선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 오래된 영화도 소개할 겸 왕가위 영화 3개에서 어떻게 3명의 남자 주인공들의 공통점들과 감정적인 정서감이 이어지는지  감상해보길 바란다.

 

하나의 3부작으로 묶으면,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소심함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하고 이어지는지 엿볼 수 있다. 홍콩의 화려한 밤과 퇴색된 골목을 배경으로, 이 남자들은 사랑을 원하면서도 끝내 붙잡지 못한다. 


첫 번째 이야기: 아비정전 - 사랑을 피해 떠나는 남자

아비정전은 1960년대 홍콩, 아비(장국영)는 매력적이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지만 사랑에 진심을 주지 못한다. 그는 여자들과 가볍게 엮이고, 필요할 때마다 떠난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사랑을 받아주고 깊어지는 감정을 감당할 용기가 없다. 수리(장만옥)와 루루(유가령) 사이를 오가며 그는 관계를 망설이고 피한다. 생모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이야기하고 마주보고 대하질 못한다. 결국 필리핀의 거리에서 홀로 끝을 맞는다. 아비의 소심함은 사랑을 시작조차 하지 않는 데 있다.

 


두 번째 이야기: 화양연화 - 사랑을 삼켜버린 침묵

화양연화는 같은 시대, 다른 골목에서 이어진다. 주모운(양조위)은 아내의 외도를 알지만, 그저 조용히 받아들인다. 같은날 앞집으로 이사온 이웃 여자 수리진(장만옥)과 가까워지며 그는 사랑을 느끼지만, 끝내 말로 꺼내지 못한다. 좁은 복도와 어두운 계단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은 조금 열릴려다 다시 억눌림을 반복한다. 주모운의 소심함은 사랑을 깨닫고도 행동하지 않는 데 있다. 그는 감정을 숨기고, 결국 기회를 놓친다.

 


세 번째 이야기: 2046 - 사랑을 묻고 떠난 흔적

2046에서 주모운은 다시 등장한다. 이제 그는 과거의 상실을 안고 살아간다. 마치 그렇게 여러번 상처받은 사람처럼. 기자로 일하며 여러 여자와 얕은 관계를 맺지만, 마음은 여전히 수리진에게 묶여 있다. 이 장면들에서 아비정전의 아비의 감정선이 이어지는듯하다.

재밌게도 아비정전의 마지막 장면이 2046에서 이어진다.

그는 3류 소설을 쓰며 살아가는데 또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이 찾아오는데 그 이야기를  자신을 대리해 쓰는 소설 미래 세계 ‘2046’을 통해 잃어버린 사랑을 상상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그는 떠날 뿐, 머무르지 않는다. 주모운의 소심함은 사랑을 잊지 못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데 있다. 결국 그는 혼자 남는다.

 


세 남자를 잇는 실: 사랑과 소심함의 연속성

이 3부작은 인물과 시대를 넘어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아비의 방황은 사랑을 피하는 소심함으로 시작되고, 주모운의 침묵은 사랑을 붙잡지 못하는 망설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2046의 그는 과거에 갇혀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1960년대 홍콩의 화려함과 퇴색된 분위기는 그들의 내면을 반영한다. 사랑의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상실감만 남는다. 세 남자는 이름과 얼굴은 달라도, 사랑 앞에서의 머뭇거림으로 하나가 된다.


여운: 사랑은 정말 용기일까

왕가위의 3부작은 사랑이 언제나 완벽한 순간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비는 사랑을 시작하지 않았고, 주모운은 사랑을 말하지 않았으며, 결국 그 사랑을 묻었다. 소심함은 어쩌면 사랑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질문 하나가 남는다. 당신이라면 이 남자들처럼 머뭇거렸을까, 아니면 다르게 사랑했을까.


추가 정보

  • 영화 정보:
    • 아비정전 (1990)
    • 화양연화 (2000)
    • 2046 (2004)
  • 어디서 볼 수 있나: 넷플릭스, 왓챠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확인 가능.